[홍승한기자]가수 닐로가 가요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음원 차트 내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닐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나오다’가 최근 여러 음원사이트 새벽시간대 실시간 차트에서 1위에 오르자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됐다.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음원사재기나 편법이 아니라 SNS를 기반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의 노하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오히려 논란은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돼 있는 소비자들에게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새로운 마케팅 현상이자 기법이다. 이미 다수의 가요 기획사에서 활용하고 있고, 사실상 직캠, 커버영상, 유명 채널의 콘텐츠 등이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다.
현재 수많은 업체가 바이럴 마케팅을 하며 특정 이슈나 아티스트 홍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그 자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 바이럴 마케팅의 실질적인 효용과 성공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행위는 비난 받아야 한다. 마치 이런 마케팅은 유명 맛집 블로거가 사례비를 받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음식점을 소개한 것과 마찬가지다.
닐로의 경우도 리메즈 측이 다양한 소셜미디어에 관련 콘텐츠를 특정기간에 집중 노출시키며 음원차트 순위를 끌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닐로는 다른 역주행 아티스트와 달리 노출은 있었지만 실제 인기를 대중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가 음원차트에서 결과가 나오자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됐다. 물론 리메즈 측에서는 꾸준히 차트 순위가 올라왔다고 했지만 음원차트 순위에 비해 닐로와 ‘지나오다’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나 인기는 극히 낮았다.
이를 반대로 뒤집어 보면 바이럴 마케팅을 통하면 현실의 인기와 음원사이트 실시간 순위가 비례하거나 연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음원사이트는 현재 이러한 사태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없을까. 음원 사이트 측은 ‘시스템상 비정상적인 움직임은 없다’는 입장을 알리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실시간 차트 의미와 신뢰도는 다시 한번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2월 멜론, 지니 등 음원사이트들은 ‘실시간 차트 집계 방식’을 개편했다. 과거 매 시간마다 음원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이용량을 집계해 실시간 차트에 반영했던 음원사이트들이 개편 후 정오부터 오후 6시에 발매된 음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음원 0시 발매’ 관행이 사라졌고, 자정부터 새벽까지 음원 사이트의 절대적 이용자가 적기 때문에 특정 팬덤의 이용량이 차트에 영향을 미치며 벌어지는 차트 왜곡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개편 후에도 여전히 ‘차트 공정성’은 불투명하다. 차트 100위권을 우선적으로 선택, 반복해 듣는 경향이 여전한 가운데 실시간 차트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밴드왜건(band wagon)효과나 편승효과를 견고하게 만들며 콘크리트 차트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오히려 차트 진입과 상위권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바이럴 마케팅 혹은 꼼수가 더 판을 치고 있다. 5분 단위 그래프나 한시간 마다 나오는 실시간 차트 자체가 팬덤의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게다가 각 음원사이트 역시 실시간 차트의 근거가 되는 수치들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최다 유료가입자(약 450만명)를 자랑하는 멜론은 매시간 서비스 이용량 중 스트리밍 40%과 다운로드 60%를 반영해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고 있다. 15일 기준 닐로 ‘지나오다’의 지난 24시간 누적 이용자 수는 73만 9327명, 트와이스 ‘왓 이즈 러브?’는 56만2984명이다. 멜론측은 지난 24시간 누적이용자 수를 공개하며 공정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매 시간대별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이용자 수나 중복 이용자 수 등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음원이 소비되는 플랫폼이 점차 다양해지며 비단 실시간 차트 뿐만 아니라 음원사이트의 순위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대중적인 인기나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가 멜론에서 한 달이 넘는 장기간 인기를 얻으며 6주간 주간 차트 정상을 머물었지만 세대간의 체감하는 인기는 다르다. 과거 같은 기간 1위에 올랐던 빅뱅의 ‘거짓말’(2007),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2008), 싸이 ‘강남스타일’(2012) 등이 전세대를 어우르는 인기곡이었던 것과는 분명 온도차가 존재한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공정성을 인정받는 빌보드 핫100이나 빌보드200과 같은 종합 차트 개발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방송 에어플레이, 유튜브 조회 수 등 다양한 지표를 반영하는 종합차트와 음원사이트의 차트가 공존해야 앞서 언급된 여러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그나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어쩌면 닐로 사태로 민낯이 드러날지 모르는 음원사이트들이 자신의 힘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야 한다.